• Vol. <3> TELEPORT AGENCY '도피-우주'
  • 본인은 87년생이며
    아날로그의 끝물과 디지털의 서막을 있는 그대로 체감하고있는 세대로서
    적어도 1인간 1생활상(문명)의 전통을 완전히 뛰어넘는
    혼돈을 겪고있다.

    매상황마다 무엇이 좀 타당한가, 좀더 합리적으로 납득되는가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면서 살아오고 있지만 현재에 있어
    매년 리뉴얼되는 사회규범과 도덕의 기준들은 매년 매달 갱신되는 느낌이며
    필드를 공유하는 구성원들의 생각을 어느정도 따라잡기 위해서는
    586세대 486세대 하듯 2021년 세대 2022년 세대 하듯 나누어야 할 판이다.
     
    인류의 역사를 구분짓는 단어들에는 해당 시기를 대표하는
    핵심적인 기술이나 도구들이 등장하는것만 보더라도
    인간의 생활사는 기술의 발전에 종속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오늘의 세계는 이전의 역사와 달리 결코 점진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속도로 기술적 갱신을 거듭하고 있다.
    기하급수의 그래프는 일단 고개를 들었으면
    수직의 상승만이 남았다고 보는것이 타당하다.

    천년이나 만년단위로 변경되던 시대의 타이틀은
    이제 10년 단위로 쪼개지 않으면 해당 시기의 사회상을 묶어낼 수 없다.
    같은 시공간을 공유하고 있다고 하여
    나와 비슷한 옳고 그름의 기준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전혀 다른 사회상을 경험하며 자란 친구들의 삶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남들보다 몇걸음 더 빠르게 유행을 발견하고
    나아가 그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직업적 특성상
    판단을 포기하고 일단 올라타는것 만이
    생존의 상책 이라고 생각 되지만 아날로그적 감상주의가
    짙게 묻어버린 어린시절을 보냈던 나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이제막 낙하를 시작하여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 열차의

    가고자 하는 목적지는 도착전까지 알 수가 없고
    영향력 없는 승객으로서의 본인은,
    바로 다음정거장 이나 다다음 정거장 정도에 대한
    상상만을 어느정도 하면서 열차에 설치된
    구닥다리의 안전 벨트만 조심스럽게 만지작 거리고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전까지의 인간사에 맞추어 적응해온
    우리의 신체와 정신은
    앞으로 우리가 경험하게될 변화의 속도와 함께 하기에는
    무리가있는 구식의 모델이다.

    우주를 배경으로한 싸이파이 소설이나 영화에서 그리는 미래는 대부분
    우주항공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나머지 인간들은
    문화혁명 이라도 겪은듯 원시지구 그대로이다.

    잠을 자야만 하는것, 먹어야만 하는것, 또 먹은만큼 싸제껴야 하는것
    외운것을 까먹고 마는것, 잠깐의 현자타임 뒤에는 어김없이 성욕이 생기는 것
    나는 이 모든게 너무나 불합리한 생물적 한계처럼 느껴지는데
    광속 이동을 하고 시공간을 넘나드는 첨단 문명의 와중에도
    생로병사와 희노애락의 깊은 역사는 영화속에서 만큼은
    천년뒤에도 이어진다.  

    국가를 막론하고 선한 규범으로 장려되고있는 관습들과
    오늘날 맹렬히 연구되고있는 대부분의 기술들은
    인간이 육체에 기반한 생물이기에
    필연적으로 나이를 먹고 죽음을 맞이한다는 사실에서
    도피하려는 발상에서 기인한 것들이 많다.

    자연계의 동물들은 그들의 종자를 남기는 것으로 만족하지만.
    인간은 그것에 더해 신을 만들고
    죽은 이후의 세계까지 만들어낼 정도로 소멸을 두려워한다.

    다수가 꿈꾸는 의학기술의 정점은 무병장수, 나아가 영생이 아닌가.

    당신이 천문학자 이거나 우주항공 관련 종사자가 아닌이상
    우리가 알고있는 우주는 뉴스나 서적
    그리고 대부분은 영화를 통해서 만들어졌다.

    영화 ‘인터스텔라’는 세련된 영화지만
    전통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다.
    인구의 폭증과 환경오염으로 인해 지구에서 더이상 인간이 살수없는
    미래라는 것은 많은 영화가 채택하고 있는
    또한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법한 그럴듯한 미래다.

    외의 수많은 영화에서도 지구는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변하는데
    위험 하다거나 불편 하다거나 맛이 좋다 거나 건강에 좋다는 이유라면
    종의 삭제도 마다 않는 인간 종의 잔인함에 더해    
    성스러운 경전을 통해 신이 명한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여라’ 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
    번식과 번성을 신성한 영역까지 끌어올린 인간종 에게
    디스토피아적 미래는 불가피한 예언으로 받아들여 진다.    

    현재 우리가 우주를 ‘개척’해야 하는
    실제 적인 이유로 드는 가장 주된 요인도 지구가 수용 가능한 인간의 개체수가
    임계를 넘어버리는 것이 정해진 사실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구의 신은 인간이 70을 넘기고도 30년이 넘는 기간을 노년의 모습으로
    보낼 것이라는 상상은 못했던것 같다.

    ‘인피니티 워’의 타노스는
    핑거스냅으로 우주 전체에 존재하는 생물종의 반을 소멸시키고는
    모든것이 좋아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1900년 초의 지구 전체인구가 16억정도 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인류에 한해서는 100년도 채 못갈 멍청한 발상이다.

    평행 세계의 지혜로운 타노스라면 응당
    문명을 가진 생물종의 번식능력을 모두 막아
    적어도 수십만년 단위의 평화정도를 우주에 선물했을 것이다.

    새로운 자원을 찾아 우리가 늘 그래왔듯 신대륙을 찾아내고
    토착민들을  박살내는 우주시대의 개막에 앞서
    인간종만의 번영을 위한 시나리오를 개편할 필요를 느낀다.


    -MPQ 디렉터 조계주-








    -본 글은 크리에이티브 캠페인 브랜드 텔레포트(@Teleport_online_com)의 
    주관으로  진행된 도피-우주 에관한 자유로운 글쓰기에 기고된 내용입니다.

    지구에서 우주로의 확장이 현실로서 다가오는 현재 시점에서 ‘텔레포트’는 친구들에게
    <도피-우주>에 관한 주제로 글을 써주기를 부탁했다. 캠페인의 아트워크는 아티스트 이우주가 작업하였으며
    글은 허핑턴포스트 전 편집장이자 작가 김도훈, 패션 저널리스트 홍석우, 뮤지션 씨피카,
    패션 브랜드 MPQ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계주, 회사원 장윤수, 프로그래머 이한결,
    그래픽 디자이너 듀오 신신(신해옥, 신동혁), 음악평론가 박준우가 참여했다.
    -www.cashmerejournal.com